내가 생각하는 '명량'의 흥행이유 4가지

2014. 8. 28. 11:30시사 및 문화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을 그린 영화 '명량'이 역대 1위에 올라서는 기염을 토해냈다. 올초부터 여름시즌을 목표로한 사극 삼인방의 홍보가 가득했다. 그리고 그 기대는 점점 높아져만 갔으나 그 기대를 무너뜨리는데는 큰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군도'가 제일 먼저 개봉하며 그래도 삼인방 중에 선봉에 서면서 후기와 평은 끔찍했음에도 불구하고, 470만 관객수를 기록하여 그 효과를 조금 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은 든다. 필자는 아직 '군도' 관람을 못하였다.

 

 

그 실망을 등에 업고 대반전을 일으킨 것이 '명량'이다. 이순신 장군이 과거 그랬던 것처럼 그의 영화 또한 역대급 반전을 일으키고야 말았다. 입에서 입으로 '이 영화는 다르다'라는 소식이 전해지며 1000만을 돌파하고, 역대 1위로 나서게 되었다. 8월 28일자 영화진흥위원회 전산망 결과를 참고하면 이미 아바타를 밑으로 하고 관객수 1600만을 돌파하고 있다. 이제 삼인방의 제일 막내 '해적'이 개봉하고 누적관객수 600만을 넘기며 현재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상승세는 많이 꺾이긴 했지만 '명량'도 여전히 점유율 2위를 기록하고 있어 1700만을 넘어 충분히 더 좋은 기록으로 남을 것으로 전망된다.

 

 

역대 박스오피스 결과를 보면 의아스러운 영화가 몇개 보인다. 물론 개개인의 평가는 다를 수 밖에 없겠지만, 위 리스트에서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가지는 영화를 몇몇 꼽아본다면 '도둑들', '7번방의 선물', '해운대' 정도를 들 수 있겠다. 그럼 '명량'은 어떻게 평가하고 남을 것인가.

 

'명량'만큼 여러 커뮤니티의 게시판에서 많이 오르내리는 영화도 없었던 것 같다. '변호인'에서 역사와 이데올로기를 가지고 논하는 것과는 또 다른 내용이었다. 이 영화의 성공을 어떻게 봐야할 것인가. 여기서 필자는 '개인적인 의견'을 쓰는 것이다. 블로그의 글이 당연히 개인적이겠지만 다시한번 강조하고자 한다.

 

 

내가 생각하는 '명량'의 흥행이유 4가지

 

1. 경쟁작의 몰락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사극영화 삼인방은 작년 사극 드라마의 열풍을 기반으로 영화 기획 및 제작 시점에서부터 꾸준히 사람들에게 알려져 왔다. 누적된 마케팅의 효과로 기대심리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걸출한 두 배우 강동원과 하정우를 내세운 '군도'가 이렇게 실망스러운 결과를 보일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군도'의 초기 상영관수는 상당했다. 그러나 그만큼 빨리 영화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며 모든 것이 정리되었다. 바로 붙어서 '명량'이 등장하면서부터.

 

2. 적절한 환경

 

명량은 '7월 30일' 초피크시즌에 개봉을 하였다. 올 여름 날씨가 어땟는가. 7월까지만 하더라도 그렇게 큰 비는 없었다. 장마가 이렇게 끝나가는가 하고 의아할 정도로 비가 없었다. 그 후, 성수기에 들어서자 주말마다 비가 온다. 그리고 이제는 주중에도 비가 온다. 거의 '포스트 장마'급이다. 올 여름의 날씨는 여름 한철 장사를 준비하는 피서지 상인들의 마음을 멍들게 했다. 영화관계자 마음에 단비를 내리면서.

 

3. 시대적 요구

 

헐리웃의 영화를 보면 흔히 미국식 영웅주의 영화가 많다. 미국을 구하고 세계를 구한다. 요즈음 대한민국 현재가 그렇다. 현실이 마음같지 않아 답답한 사람들이 많다.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역사이다. 그리고 이러한 답답한 상황을 타계해줄 수 있는 '영웅'이 우리에게도 필요하다. 세월호가 침몰하면서부터.

 

4. 시장의 변화

 

마지막으로 영화의 관객수 자체가 크게 늘었다. 상영관수의 증가는 찾아보지는 않았지만 당연히 그렇지 않을까 생각한다. 과거 1000만의 영화와 현재 1000만의 영화는 질적으로 다르다. 정말 영화의 성과를 계량적으로 판단하고자 한다면 극장이나 개봉관수로 보정하여 관객수를 '노멀라이징'하는 것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시장의 변화를 아래 그래프로 참고하길 바란다. 현재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의 역대 박스오피스 결과를 바탕으로 한다. TOP200의 리스트에 연도별로 영화가 몇편씩 들어있을까를 보았다.

 

 

예상했던 결과와 일치한다. TOP200안에는 매년 '더 많은' 숫자가 그 기록을 갱신하며 올라간다. 그러니 2004년도부터 집계된 결과라 2004년은 특이하게 작지만 그걸 제외하고 연도별로 일정하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를 부정할 수 없다. 결국 1000만을 넘는 것은 점점 더 쉬워지는 것이다. 한국영화의 질도 당연히 높아지고 있겠지만, 그 인프라와 고객이 확대됨에 따른 관객수의 인플레 현상으로 충분히 판단이 가능하다.

 

TOP100으로 그 대상을 줄여보아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금융위기 이후 투자가 위축되며 일시적으로 대작이 없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봤던 '명량'은 역대 1위급 영화는 아니었다. 가장 놀라운 부분은 명량해전 하나만을 가지고 어떻게 이렇게 영화를 꾸밀 수 있었을까 하는 것이다. 그리고 해전에 대한 표현은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시간이 지나 두번이상 보게 될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영화관에 가서 찾아서 보고, 좋은 기억으로 남기에는 충분한 영화이다. 다만 위에서 정리한 것처럼 이런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는 것은 좋은 수준의 영화가 좋은 시점을 타고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