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광역버스 입석 금지에 대한 소고 ver2.0

2014. 5. 22. 13:58시사 및 문화

4월 말, 잠깐 하루동안의 단발성 에피소드로 끝났던 광역버스 입석금지 사건이 있었다. 발걸음이 가벼워야할 아침 출근길에 날벼락을 맞으며 버스정류장을 동동 구르던 분들 많았을 것이다. 그 후, 설마하던 일은 역시가 되었고 다음날은 평소와 다름없는 정상적인 운행이 이루어졌고, 이 시대에 최고 유행인 '오해'가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당시 아침에 폭발적으로 터져나오는 한탄을 두고, 필자도 글을 남겼다.

 

경기도 광역버스 입석 금지에 대한 소고 - 필자 블로그 내

 

그리고, 조금전 다시 기사가 올라왔다. 입석금지와 관련해서 국토교통부에서 23일 입법예고를 알렸다.  기사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관행적이었던 입석운행은 금지되고, 위반 시 사업 일부 정지 또는 과징금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개정안은 협의와 심사 등 입법 후속절차를 거쳐 7월에 공포 시행된다고 한다.

 

국토해양부 보도자료 직접 참조

 

정말 공포다. 비겁한 이야기지만, 필자는 이미 주력 출퇴근 노선이 마을버스-지하철이 되었다는게 새삼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저 입법안을 구상한 사람은 분명히 버스 출퇴근을 모를 것이다. 그래도 입법을 하고자 한다면 직접 체감은 해봤어야 할텐데, 출퇴근 시간에 직접 문제가 될 만한 지역을 방문해서 체험해보는 그런 수고스러운 일은 물론 안했을 것 같다. 그렇게 했었다면 '탄력 운행' 따위로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을 알았을텐데..

 

이후 지옥이 될 출근길을 가정해보면

 

현재: 집 -> 버스[입석, 1시간] -> 회사

이후: 집 -> 버스[입석, 20~40분] -> 줄서기[10~20분] -> 버스[좌석, 1시간] -> 회사

 

위와 같은 경우를 겪게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아침이 되면 다들 연어처럼 종점으로 거슬러올라가는 역방향 출근현상이 발생하고, 외면했던 크게 우회하는 지하철로 가게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모여드는 기점에서는 평소 대기시간보다 줄이 훨씬 늘어날 것이다. 기존의 출근 시간 * 1.5배 이하로만 맞출 수 있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편일 수도 있다. 실제로 노선이 거의 막혀버릴(?) 경우 2배로 시간이 늘어날 수도 있다. 이는 수도권의 교통이 서울과 연계에만 집중되어 있다. 지역에서 지역간의 노선은 거리대비 시간을 상당히 많이 잡아먹는다.

 

왜 입석을 제한하는 것이 정류장 폐쇄인양 이야기하는가?

 

현재 M버스의 노선을 살펴보고 출퇴근 시간대에 고속도로 제일 가까이에 있는 정류장에서 출근을 시도해보면 알 것이다. 버스는 사람을 그냥 돌처럼 생각하고 지나간다. 그리고, 처음 이사온 사람 아니고서야 당연히 M버스를 그 시간에 타려고 하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이 상식이다.

 

갑자기 글을 작성하는 도중에 과거 전세버스를 이용해서 출퇴근 전용차량 아이디어를 제시했던 'e버스' 사이트가 생각이 나서 찾아보았다. 당시도 역시 출퇴근 버스가 이슈가 되던 상황에서 누군가 사업 모델을 잡고 추진을 했다가 법적인 부분에서 버스 사업자와 문제가 있었고, 결국 모든 장벽을 물리치고 현재는 정상적인 운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꽤나 사이트가 간단하면서 그럴싸하다. 편도 약 2,900원의 요금으로 대중교통보다는 살짝 비싼 편. 그러나 자리가 있다. 승객들이 같은 돈을 주고 입석을 선호할까? 미친 소리라고 할 것이다. 탈 수 밖에 없었으니 타는 것이고, 문틈을 비집고 타면서도 돈을 더주더라도 이러한 좌석제의 전세버스를 이용하고자하는 욕구가 있었다.

 

 

이러한 전세버스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공공의 영역에서 안된다면 결국 개개인이 해결할 수 밖에 없고, 이를 위해 누군가는 또 기회를 보고 사업을 만든다. 물론 승객으로써는 대안일 수 있지만, 사회 전체를 봐서는 대안이 되기에는 너무나 부족하다. 증차와 노선 구성의 한계, 기존 사업자와의 지속 마찰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덩치가 커지면 결국 기존 버스가 가지는 문제점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기사와 글에는 무조건 '안전'이 가장 중요하지 않냐는 의견이 다수 있다. 줄담배를 피던 사람, 술독에 빠져 살던 사람들도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대게 행동에 변화가 온다고 한다. 남의 '안전'을 소홀히 여기는 사람은 있을지라도 자신의 '안전'을 소홀히 여기는 사람은 없다. 다만, 그것보다 당장 하루하루 생활이 더 큰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글도 결론은 지난번 글과 같다. 우리는 안그래도 좁은은 땅덩어리에서, 더 좁은 한점으로 집중되어 살아가고 있다.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모여산다. 그리고, 실제 생활권은 서울로 집중되어 있다. 이렇게 넓은 베드타운을 가진 도시가 전세계에 어디 있을까. 점을 몇개를 찍고 확장시켜야 하는데, 우리는 점을 중심으로 면이 만들어졌다.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과감한 정책과 지원이 필요하다.

 

'안전'은 추구하되 눈앞의 길을 막아버리고, 승객을 고립시키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