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램핑에 대한 단상 - 고려 사항, 기준

2014. 8. 7. 13:23이것저것 관심사

불만제로에서 글램핑에 대해 많은 문제를 제기했다고 한다. 특히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위생'의 문제를 건드려 업계에 타격이 적지 않을 것 같다. 평소에 가지고 있던 '글램핑'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본다.

 

캠핑은 이제 소수의 취미가 아니다. 주5일제가 정착되고 다양한 레저 활동을 갈구하던 사람들은 어마어마한 규모로 캠핑산업의 성장을 이끌었다. 리조트는 노후화되며 신규는 고급 시설 중심으로 양극화되어가고, 반짝반짝한 사진으로 고객들을 유혹하던 펜션도 바닥을 드러냈다. 그리고, '웰빙과 체험의 시대'에 걸맞게 다양한 취미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캠핑의 저변은 점점 더 넓어지고 있다. 다만, 경쟁이 심화되고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다른 시설이 쇠퇴한 길을 그대로 따라가지 않을까 우려가 있다.

 

일반적으로 제조 등 다양한 사업을 보면 '초기 투자'는 진입 장벽과 퇴출 장벽을 만든다. 캠핑은 다른 레저활동에 비해 이러한 '초기 투자'가 적지 않은 활동이다. 물론 저렴하게 시작하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최저가 위주로 구성하고, 집에 있는 물건들을 최대한 이용한다고 해도 적어도 50~100만원정도는 생각해야 된다. 고가로 구성할 경우는 한계치가 없다. 1000만원 단위 투자를 한 사람도 적지 않다. 집에서 가져갈 수 있는 컵 한개만 해도 최고급 브랜드의 티타늄 제품으로 구성하면 3만원 수준에 달한다.

 

이러한 진입장벽을 바탕으로 나온 상품이 '글램핑'이다.

glamorous (화려한, 매력이 넘치는) + camping

 

[참고사진은 '글램핑'과 상관없음]

 

글램핑도 종류가 많다. 정말 글래머러스한 캠핑도 있고, 단순히 중저가형 장비를 세팅해놓은 대여 캠핑도 있다. 그럼 어떻게 선택을 할까?

 

1. 목적이 무엇인가?

 

단지 일회성으로 캠핑의 분위기를 내기 위해서 가는 것인지, 캠핑으로 입문을 위해 시험삼아서 가는 것인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글램핑장의 시설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이다. 가장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눈다면 일반 캠핑장비로 세팅해 놓은 곳과 고정식으로 전용 천막으로 세팅해놓은 곳으로 나눌 수 있다. 캠핑장의 분위기를 느끼고 '실제'로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캠핑을 하는가를 보려면 전자로 가야한다. 일반 캠핑장과 대여캠핑을 같이 운영하는 곳이 적당하다. 비록 자기장비는 없지만 그들과 거의 같은 수준에서 1박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그에 반해 단지 야외에서 분위기만 한번 느끼기 위해서 가겠다면 굳이 그런 캠핑장으로 한정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실제 캠핑장은 펜션이나 리조트에 비해서 상당히 불편한 부분이 많이 있다. 공용화장실과 샤워실, 침구류, 냉장시설 등 모든 부분을 고려해봐야 한다. 그런 불편함때문에 캠핑을 피하고 있다면 정말 글램핑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은 시설을 고르는 것도 나쁘지 않다.

 

2. 예산은 얼마인가?

 

가격도 중요한 부분이다. 다만 가격은 선택권이 사실상 많지 않다. 이러한 완전경쟁 시장에서 최고의 시설에 최저의 가격이 나오기는 쉽지 않다. 다만 특별히 가격 설정이 이상한 곳만 피하면 된다.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워낙 시설물의 편차가 커서 단편적으로 말하기는 쉽지 않지만, 최저로 생각한다면 10만원 초반부터 최대 20만원 중반 수준까지 있다. 거기에 BBQ를 추가한다면 인당 1~3만원이 추가된다.

 

 

필자도 캠핑에 입문하기전 '대여캠핑'을 경험해본적이 있다. 결론만을 이야기한다면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고 현재는 장비를 구비해서 캠핑을 다니고 있다.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보자.

 

여름 성수기가 시작하는 무렵이었던걸로 기억한다. 약 1년하고 1~2주일 전이다. 끈적끈적한 바닷바람보다는 깔끔한 계곡을 좋아해서 계곡으로 향했다. 가평의 캠핑장으로 '대여캠핑'만으로만 운영하고 있었다. 가격은 10만원 초반대로 최근 고급형 글램핑과는 다르게 저렴한 시설로 구성되어 있었다. 식당에서 쓰는 커다란 플라스틱 물통, 편의점 테이블에서 쓰는 플라스틱 의자 등 주변에서 쉽게 보이는 물품들이 있다. 먹을꺼리는 직접 아이스박스에 준비하고, 침구도 챙겼다. 1~2주일 전이라도 예약이 쉽지가 않았었는데, 막상 당일에는 폭풍우가 몰아쳤다. 계곡은 물이 불어서 발조차 담그기 힘들고, 캠핑장 바닥은 파쇄석 아래로 물이 다 빠지지 못하고 질퍽거렸다. 그래도 사이트를 구성하고, 짐 옮기는 수고가 크게 없으니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을 수 있었다. 텐트를 치고, 걷을 때만 제외한다면 '우중캠핑'은 낭만이 있다. 당시 단체고객이 꽤 많았다. 중년모임, 학생모임 등 주변이 상당히 떠들썩했다. 날씨가 주말 들어 급격히 나빠져 사람이 많이 빠졌길래 망정이지 캠핑장이 만석이고, 밤늦게까지 목소리를 높였다면 그날의 기억은 달랐을지도 모른다.

 

그날의 기억을 다시금 되살려 이야기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글램핑장의 '분위기'다. 봄이 지나고 여름이 오고 캠핑 인구가 급격하게 증가하였다. 굳이 3계절을 다니던 캠퍼가 아니더라도 여름에는 캠핑장을 방문하는 사람이 많다. 장비조차 필요없는 글램핑장은 말할 것도 없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캠핑문화'라는 것이 제대로 자리잡지 않았다. 적지 않은 돈을 주고 야외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는데 일찍 잠이 올리가 만무하다. 결국 이러한 상황을 어느정도는 예상하고 가는 것이 마음에 위안이 된다. 가격대가 높거나, 단체를 받지 않는 캠핑장은 상황이 한결 나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려가 되는 부분은 청결, 위생 부분이다. 불만제로에서 취재한 바와 같이 실제 문제가 있는 글램핑장이 많을 것이다. 글램핑장의 텐트, 천막 등은 펜션과 같은 시멘트로 만들어진 건물이 아니다. 습기가 훨씬 침투하기가 쉽고 청소, 세척은 용이하지 않은 환경이다. 자기 텐트로 하루를 자도 아침에 일어나면 이불이 눅눅한데, 몇달을 밖에 세워놓으면 상태가 어떨까? 좋은 공기를 마시러 갔다가 곰팡이 가득한 공기를 마시게 될지도 모른다.

 

아직 글램핑장을 포함해 캠핑장 관련이 거의 전무하며 취약하고 모호한 부분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업주들은 펜션 수준의 가격을 제시하기 전에 그에 걸맞는 캠핑장 관리에 신경을 써야한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무턱대고 유행에 이끌려 가거나, 단순한 블로그 마케팅을 피할 수 있는 안목을 길러야 하겠다.

 

 

8월 11일 다음 대문에 걸렸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