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박9일 간의 호주 캠핑카 여행 - 2. 브리즈번 시티 관광

2014. 11. 10. 13:01해외여행기

오늘은 본격적으로 브리즈번을 관광하는 날~!

 

브리즈번은 시드니, 멜버른 뒤를 이어 호주의 3번째 큰 도시이다. 조금 더 북쪽으로 위치해서 기후 조건도 가장 온화할 것이다. 규모로는 3번째지만 인구수로 보면 앞의 두 도시와 격차가 좀 크다. 그만큼 왠지 도시가 더 여유로운 느낌이다. 나에게 가장 강한 인상을 준 장소는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여유로운 '사우스뱅크' 였다.

 

▲ 햇살아래 사우스뱅크(south bank) 

 

오프닝은 이걸로 하고, 브리즈번의 여정을 또 풀어본다.

 

캠핑카 생활을 생각할 때, 무엇보다도 중요한 부분 중에 하나가 먹는 것이었다. 호텔에서의 다채로운 아메리칸 스타일의 조식 뷔페는 아니더라도 햇살이 비치는 야외에서 먹는 조금은 소박한 서양식 스타일의 식사는 나의 로망 중에 하나다. 원래 빵, 우유, 커피 모든 걸 좋아하는 식성이라 전혀 거부감이 없다. 더불어 첫날 후기와 같이 이 메뉴가 여기서 가장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식사이기도 하다.

 

▲ 캠핑장에서의 아침식사 

 

호주에서의 첫 아침식사를 마치고 가벼운 준비를 시작했다. 준비물은 백팩 한개와 카메라. 여기 카라반 파크를 잡은 가장 큰 이유가 시티와의 근접성이었다. 카라반 파크 바로 앞 사거리를 기준으로 마트, 편의점, 주유소, 버스정류장이 모두 있다. 도미노 피자와 맥도널드와 같은 패스트푸드점도 있어 정말 편리하게 머무를 수 있는 장소이다.

 

▲ 캠핑장 앞 정류장 'Newmarket'

 

▲ 퀸즈랜드주의 버스카드 '고카드'

 

흔히 우리나라의 대중교통은 상당히 저렴하다고 한다. 밖으로 나와서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실감이 난다. 절대값으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겠지만 우리가 느끼는 대중교통의 가격은 아니다. 그럼 여행자가 사용할만한 조금은 더 저렴한 방법이 없을까?

 

일반적으로 버스 티켓은 1회권과 일간, 주간, 월간 등의 정기권이 있고, 버스와 트레인, 페리 등 사용범주에 따라 다양하게 나뉜다. 다행스럽게도 브리즈번을 포함한 퀸즈랜드주에서는 Single Trip 기준으로 약 30%할인이 되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선불버스카드인 '고카드(GoCard)'를 이용하는 것이다. 버스부터 페리까지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하고, 자동으로 할인이 된다. 그리고 출퇴근 시간이 아니면 추가 할인도 있으며 환승도 쉽게 할 수 있다. 다만 카드 보증금(?)이 걸리다보니 퀸즈랜드를 떠나기전에 꼭 refund를 해서 현금으로 모두 돌려받아야 한다.

 

대중교통 수단의 이용빈도가 꽤 있으며 3일 이상은 머물 계획이라면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퀸즐랜드주를 떠날 때, 꼭 챙겨서 refund를 해야 한다. 동선이 refund하기 쉽지 않다고 한다면 일부러 찾아가는 것도 일이다.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골드코스트 공항을 포함한 refund 가능 점포가 나와있다.

 

▲ 빅토리아 브릿지와 시티 전경

 

버스를 타니 시티의 북부에서 금새 도심을 가로질러 빅토리아 브릿지를 지난다. 그리고, 오전 일정의 첫번째 장소에 하차했다. 현대미술관, 도서관, 사우스뱅크 정도 둘러봐야지 하는 계획이었다. 주중에는 날씨가 조금 흐려질 것 같은 예보도 있었는데, 오늘은 너무 날씨가 맑다. 머나먼 호주땅에서 첫여정의 시작을 이렇게 상쾌하게 열어주다니.

 

4살, 7살의 어린 아이들과 함께하는 일정이다보니 발에 불이날 것 같이 돌아다니는 일정은 애초에 불가능했다. 그러나, 나도 워낙 오랜만에 여행을 나오다보니 초기 생각했던 것보다는 많은 것을 볼려는 욕심이 조금씩 들기는 한다. 버스에 내려서 고가를 올라가니 시티가 보인다. 고가에 바로 연결되어 박물관이 나오고 안쪽으로 더 걸어들어가면 유명한 현대미술관이 있다.

 

정답이 뻔한 걸 아이들에게 물어보고는 눈앞의 박물관으로 들어간다. 이런 공립시설물의 가장 큰 강점은 대부분 입장요금이 없다는 것이다. 들어가기전에 요구되는 비용과 희망하는 기대치를 조율하며 저울질하지 않아도 되니 부담이 없다.

 

▲ 공룡 모형

 

▲ 전시관 전경

 

퀸즈랜드 박물관인 만큼 퀸즈랜드주 역사에 대한 부분, 동식물, 공룡과 화석에 대한 부분 등 다채롭게 전시를 하고 있었다. 동식물 박제 전시도 나쁘지 않았지만, 공룡에 대한 전시관이 꽤 멋있게 구성되어 있었다.

 

▲ 기획 체험 시설

 

공룡과 동물 등 멋진 전시물들이 많았지만, 아이들이 가장 즐거운 시간을 보내도록 붙잡는 것은 체험 시설이다. 아마 상설 체험시설에서 기획성 체험을 제공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방문했을 때의 주제는 '폐전자제품'에 대한 내용이었다. 위의 사진을 보면 PC 부품들 메인보드, 메모리, VGA 등으로 지구를 형상화해 놓았다.

 

▲ 폐품들을 악세서리로 꾸미기

 

많은 아이들이 달라붙어서 열심히 만들고 있는 것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크게 대단한건 아니겠지만 정해진 방법으로 악세서리를 만드는 것보다 자유롭게 흩어진 다양한 재료들을 가지고 창의적으로 각자 만들고 부모들은 옆에서 조용히 지켜보고 있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또한, 지구에 나타나고 있는 이러한 문제의 구체적인 해결책을 모범답안처럼 제시해주지는 않았다. 그냥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보고 즐기는 과정에서 활용과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가 떠오를지 모르겠다.

 

▲ 사우스뱅크 강변

 

▲ 사우스뱅크 인공해변

 

사전에 검색을 통해 사진으로 많이 본 사우스뱅크이다. 실제로 보니 역시나 감동스러운 모습이다. 사진과는 다르게 평화로운 주변 분위기와 조화를 이루니 더욱 더 아름답다. 강변 안쪽으로 공원이 있고 두어개의 인공해변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친구, 가족 단위로 나와 해수욕(?)을 즐기고 있었다. 푸른 하늘 아래 에메랄드빛 물색깔이 잘 어우러진다. 10월말은 아직 아침 저녁으로는 쌀쌀한 편이었다. 낮에도 날이 갑자기 흐려지면 물에 들어가기는 힘든 온도다. 그리고 우리의 동부해안 루트는 확실히 바람이 많이 부는 편이다. 초성수기로 들어가기 직전 11월 중순에서 12월 정도면 가장 이상적인 날씨가 형성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박물관을 관람하고 사우스뱅크까지 걸어오니 배꼽시계가 점심이 되었음을 알린다. 분명히 가까운 거리인데, 느긋하게 공원 감상하며 걸어오니 조금 걷는 느낌도 든다. 사우스뱅크 중앙쪽으로 가면 인공해변이 나오면서 뒤쪽으로 패스트푸드점이 푸드코트처럼 5~6 가게가 붙어있는 야외식당가가 있다. 호주에서 처음으로 사먹는 음식은 영국연방 답게 '피쉬앤칩스'이다. 그냥 생선살만 올려져 있는 메뉴보다 더 푸짐하게 다른 재료가 함께 올려진 메뉴를 선택했다. 그리고 언제 어디서나 아이들의 대표메뉴 햄버거.

 

▲ 호주의 대표음식 피쉬앤칩스 + @

 

▲ 8일간 가장 자주 먹었던 햄버거

 

브리즈번 물가가 비싸다고 생각했었다. 위의 피쉬앤칩스 메뉴는 콜라없이 단품으로 13불, 햄버거는 콜라와 칩스를 포함해서 세트로 10불이다. 저렴하다고 하기는 그렇지만, 생각보다 푸짐하다. 아이둘 포함 네식구가 먹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너무 맛있었다. 냉동재료가 아닌 것으로 생각되는 부드러운 생선살 튀김이 입에 살살 녹는다.

 

그렇게 식사를 하고 음식이 남는다면?

 

결코 그 자리를 그냥 떠서는 안된다. 음식을 쓰레기통에 버리지 않고 놔두면 주변을 맴돌던 새들의 습격이 시작된다. 이때부터가 깨닳음이 시작이었다. 호주는 진정 "새들의 천국"이라는 것이.

 

▲ 새들의 습격

 

▲ 페리에서

 

식사를 하고 느긋하게 거닐다보니, 배가 슥~ 출발하는 것이 보인다. 브리즈번의 무료 페리 '시티하퍼(CityHopper)'구나. 안그래도 퀸스트리트를 보기위해 시티로 어떻게 돌아가야 하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배를 한번 타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시티캣(CityCat)에 비해서는 좀 굼떠보이긴하지만 그렇게 느리다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페리의 타임테이블을 보고 약 30분을 기다려 탑승. 따뜻한 햇살아래 2층 야외좌석에 앉아가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 강변 아파트들

 

▲ 퀸스트리트

 

페리를 한바퀴 돌아 이글피어에 내려서 퀸스트리트를 향해 걸었다. 아이들과 함께 걷는 건 항상 도전이지만 그리 먼 거리는 아니다. 저녁때 이글피어에서 멋진 야경을 보며 강변에서 만찬을 즐기기 위해 식당도 슬쩍 들러본다.

 

▲ 퀸스트리트

 

주목적이 쇼핑이 아니다보니, 중심가로 들어오면 타국에 왔다는 느낌은 크게 받을 수 있지만 딱히 아이들과 함께 즐길꺼리는 없다. 언뜻 위사진의 생과일주스가 꽤 유명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잠깐 줄을 서서, 우리도 목을 축인다.

 

▲ 시청사

 

▲ 이글스트리트 피어

 

시청사에서는 무료버스를 타고 다시 이글스트리트 피어로 왔다. 딱 중심가에 한정되어 운행하기는 하지만 이렇게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무료버스와 페리를 제공하는건 정말 고마운 일이다. 물론, 여행자에게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퇴근시간에 맞추어 도착한 이글스트리트피어에서 '시티하퍼(CityHopper)'를 타기위한 엄청난 줄을 볼 수 있었다.

 

▲ George's Paragon Seafood Restaurant

 

나중에 시드니에서 다시 멋진 식사를 할 기회가 있겠지 하고 생각하며, 캠핑카 여행자 답지 않은 정찬을 했다. 이른 저녁 손님들은 런치 가격 수준으로 주요 메뉴를 약 50%가량 할인해주는 이벤트를 하고 있었다. 분위기도 좋고, 음식도 상당히 맛있는 편이었다. 이 가격에 이런 분위기와 괜찮은 수준의 음식맛은 여기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 이글스트리트 피어의 야경

 

식사를 하고 있으면 어느덧 해가 지고, 밖은 어둑어둑해진다. 쨍한 푸른 하늘아래에 쭉쭉 뻗은 건물들은 어느새 알록달록 옷을 갈아입었다. 이글스트리트 피어 주변은 강변에 꽤 고급스러워보이는 식당이 많았다. 일요일 저녁이라 그렇게 북적이지는 않았다.

 

오늘의 기록은 '캠핑카 여행'과는 다르지만, 두 아이들을 포함한 우리 가족 모두에게 우리나라를 벗어나 호주라는 먼 곳으로 왔다는 것을 확실하게 느끼게 해주는 하루로 충분했다.

 

 

퀸스트리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