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1. 4. 14:11ㆍ해외여행기
긴 여정이었다. 우리 아이들이 잘 견딜 수 있을까? 이제까지 국내선을 한번만 타본 아이들인데, 호주로는 직항으로 편도 10시간이 넘는 수준이니 아침에 출발하면 밤이다. 저녁에 출발하면 아침, 오전이다. 그런 상황을 고려해서 항공편을 많이 조정을 해보려 했지만, 결과적으로 만만치 않은 코스를 예약하게 되었다. 가는 편 환승 15시간 - 오는 편 직항 10시간.
▲ 오후 항공편 탑승 대기 중
결과를 보면 "아이들은 위대했다."는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잘 먹고 잘 자고 고마운 아이들이다. 아이를 동반하는 부모의 경우 꼭 키즈밀은 챙기기를 권장한다. 키즈밀을 챙겨서 다른 부대 서비스가 따라오는 건지 나이대에 맞게 자동으로 서비스가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알찬 간식꺼리나 퍼즐류의 장난감 등을 챙겨줘 소소한 감동을 받을 수 있었다.
오늘은 "적응의 날"이다. 비행시간이 길기도 했고, 트럭 같은 캠핑카를 처음 마주하는 만큼 다른 일정을 별도로 잡지 않았다.
드디어 브리즈번에 착륙한다. 첫 번째 관문은 세관. 청정국가의 지위가 있어 육류 및 음식물 반입이 엄격히 제한되고 있는 나라로 유명한 바, 어떤 수준의 준비를 해가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대부분 슈퍼에서 구매가 가능하지만 1주일 가량을 머무르고, 1/3 가량은 외식도 포함될 것이라고 생각하면 기본 소스류를 모두 사 쓴다는 것은 유익한 생각이 아니었다. 그래서 우리는 쌀과 함께 소금, 참기름, 된장 등 기본 양념류는 조금씩 준비를 했다.
세관 신고서를 작성하면서 어떻게 기록해야 하지? 용지에 쓰여진 "의문이 나면 Yes"라는 말을 믿고 곡물류에는 Yes를 표기하고 들어갔다. 세관 쪽으로 넘어가기도 전에 입국심사대 앞에 줄 서 있을 때 세관 여성분 한 분이 Yes 기록한 사람들에 대해서 간단히 몇 마디 물어보고 확인 체크를 했다. 슈퍼에서 구매한 "uncooked white rice", 각종 소스류 통과. 그냥 정확하게 다 이야기를 하면 금기되는 품목 아니고서는 별문제가 없다. 세관에서는 그냥 체크한 용지를 쓱~ 주고 통과.
그래. "우리는 검문이 필요하게 생기지 않은 거야." 흐흐
공항이 상당히 아담하다. 많은 사람이 같이 타고 온 것 같았는데, 게이트를 나오는 순간 조용하다. 밖으로 나와서 제일 처음 한 것은 계획대로 현지 SIM을 구매하는 것이다. 이제 막 도착해서 어리둥절한 감이 없지 않았지만, 멋진 가게 주인께서 너무 친절히 다 도와주셔서 그 자리에서 바로 개통을 성공했다. 나오면 바로 정면에 Vodafone이 있고, 왼쪽으로 잡지를 파는 News express에서 Optus SIM을 구매할 수 있다. 하루 500MB데이터 무료인 $2 Daily Plan을 계획대로 사용한다.
반대방향의 차선과 운전석이 때문에 발생하는 에피소드 1.
이제 택시를 타고 이동. 택시 기사께서 짐을 싣는걸 보고 앞좌석에 앉기 위해 조수석 자리로 간다. 엇... 기사분과 같은 자리로 갔다. ㅜㅡ. 서로 쳐다보고 움찔 놀랬다. "Ooooops"
▲ 택시를 타고 인근 렌트카 회사로 이동
▲ 아폴로(Apollo) 사무실 안
브리즈번은 확실히 한적하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렌트카 사무실도 조용했다. 우리만을 위한 편안한 분위기에서 서류 확인을 진행할 수 있었다. 기본적인 가격틀은 예약한 바와 다르지 않다. 다만 몇 가지 옵션을 추가할 것에 대해 물어보는 것들이 있었다. 순간 순간 결정을 해서 조건을 맞추어 나간다. 이게 필요한가? 하지 않은가? 하며.
위의 사진의 포스터를 보면 StarRV, Apollo, Cheapa Campa, HIPPIE가 같은 사무실을 이용한다. 결국 한 회사에서 다양한 브랜드로 사업을 이루고 있으며 차도 어느 정도 혼용하여 사용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그 차가 신차이냐, 오래된 차이냐의 문제.
참고로 이야기를 하면 카라반(Caravan), 캠핑트레일러(Camping Trailer), 캠퍼밴(Campervan), 모터홈(Motorhome) 등 다양한 용어가 있다. 아래 사진과 같이 리빙공간이 차량에 일체형으로 붙은 경우는 모터홈(Motorhome)이라고 일반적으로 부른다. 조금 작은 형태로 봉고 같은 일반 자동차형태에 침대가 지붕 쪽에 붙어있는 경우가 캠퍼밴, 집만 따로 되어 있고 앞에 RV나 승용차로 끄는 형태를 카라반이라고 하는 것 같다.
▲ 캠핑카(Motorhome)의 첫 등장
밖에 우리 차가 들어왔다. 5,000km 정도밖에 뛰지 않은 정말 반짝반짝 윤기가 흐른다. 내부 시설도 너무 깨끗하고 소개해주는 사람도 자랑스러워한다. 그러나!! 와이프가 발견했다. "이거 매뉴얼이야! 헉.."
차량을 같이 점검하던 직원과 나 모두 난감한 표정으로 사무실로 돌아갔다. 다른 오토 차량이 없다고 하더니 열심히 다시 찾는다. 돌아올 때 보니 시드니에는 그렇게 차가 많더니, 여기는 썰렁하다. 그래도 다행이지. 차를 가지고 온다. 90,000km 이상을 운행한 묵은 향기가 물씬 풍기는 차량이다. 순간 머리 속에 몇 번이나 고민을 했다. 그냥...매뉴얼을?
이미 유투브를 통해 동영상으로 몇 회 보았던 기억을 더듬으며 차량설명을 듣는다. 차안 중앙에 있는 전체 컨트롤유닛, 가스 및 주방 사용법, 화장실 사용 및 처리법, 어닝 설치, 청수 및 오수 관리, 전원 연결 등을 숙지하고 이해가 안가는 부분은 다시금 물어본다. 나중에 삽질하는 것보다 모르면 지금 물어보는 것이 훨씬 빠르다.
▲ 차량 설명 들으며 확인 중
7m가 넘는 세로 길이, 차선을 다 먹는 가로 폭. 차선도 반대인데 스타렉스 같은 봉고도 운전해본 적 없는 오토 운전사인 내가 모험을 하기에는 벽이 많았다. 눈물을 머금고 올드카를 받는다. 냄새와 분위기는 그래도 금방 적응이 되긴 되더라. 앉아서 이것저것 살펴보고..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후방하단 카메라는 있지만, 룸미러가 없었다. 그 당시에는 발견을 못했었지만 워낙 크고 뒤가 어차피 잘 안 보이는 차라 원래 없나 하는 엄청난 생각을 했었다. (큰 실수임!)
아이들을 모두 카시트에 앉히고, 올라가서 좌석에 앉는다. 길도 잘 모르는데 이제 도로로 진입을 해야 한다. 좌우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일단 올라가고 나면 멍하게 따라가는 건 문제가 없겠지.. 처음에 많이 긴장되긴 했다. 그나마 렌트카 회사가 외곽에 있어서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나처럼 캠핑카를 처음 운전하는 운전자가 많을 테니.
GPS에 브리즈번의 우리의 목표지점 "Newmarket Gardens Caravan Park"를 찍는다. 긴 호흡을 한번 내쉬고 울렁울렁거리는 차를 몰고 좌측차선으로 들어간다. 생각보다 진입을 하고 나니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 후방하단 카메라를 보고 차선이 벗어나는 지만 가끔씩 보며 가다서다를 반복한다. 조금씩 시티근처로 갈수록 차들이 늘어만 간다. 거리도 그렇게 눈에 들어오지는 않는다.
어느덧 도착했다.
▲ 카라반 파크의 붐게이트
우리의 브리즈번 관광을 위한 시티와 가장 근접한 캠핑장이다. 혹시 몰라서 1박은 인터넷을 통해서 예약을 미리 했었다. 비수기 주중이라 예약은 힘들지 않을 것이라 예상을 했지만, 시티에 가장 근접하기도 했고 차질이 생기면 첫날부터 문제가 될 것이라 생각하고 준비했다. 예약과 조사는 "Trip Advisor"에서 많은 도움을 얻었다. 다양한 여행지에 관한 포럼 중에서 가장 활발한 곳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 곳에서의 이 카라반 파크에 대한 평가는 위치에는 최고점수를 주었지만, 근무자들에 대해서 불만이 조금 있는 편이었다.
▲ 푸른하늘 아래 평화로운 캠핑장
필자가 실제 방문한 느낌은 상당히 좋았다. 잘생긴 청년이 자리에 있었고 상당히 친절한 편이었다. 브리즈번을 그냥 지나갈 수 없어 1박을 추가해서 새로 결제를 하고 자리를 받았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LOL을 하냐고 물어본다. 그 청년은 "2014 리그오브레전드 월드챔피언십"을 온라인으로 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 어닝 설치
▲ 그럴싸하게 세팅 완료
카라반 파크는 전반적으로 관리가 참 잘되고 있었다.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깨끗하게 쓰는 것 같기도 하고, 관리에 엄청 신경을 쓰는 것 같기도 하다. 시티 근처에 위치한 만큼 숙박객이 적지는 않았지만, 사이트 개수가 충분해서 빈자리도 많았다. 바로 인접한 도로에 시티에서 10분 간격 내외로 꾸준히 버스가 다니고 있어 시내구경을 하는데 이곳보다 좋은 카라반 파크는 없다고 생각된다. 시티 남쪽 조금 더 떨어진 곳에 가족 친화적이고 괜찮은 시설로 무장한 곳이 있긴 하지만, 거리에 비해 버스 배차 간격이 길어 대중교통은 훨씬 더 열악하다.
캠핑장에서 조금만 걸어나오면 호주의 이마트격이라고 할 수 있는 대표마트 "Coles"가 있다. 6시에 영업이 종료된다고 하니 조금 바쁘게 움직여본다. 빵, 고기, 소스류, 과일, 음료를 사고 바로 옆 리쿼샵 BWS로 가서 가장 익숙한 VB 6병을 구매^^
▲ Coles 장보기 성공
쓰레기 봉투는 걱정할 필요가 없겠다. 마트에서 결제하면 비닐봉투를 아낌없이 사용하여 담아준다. 봉투는 그리 크지 않고 조금 얇다. 강도가 약한 재생 봉투를 사용하는 대신 충분히 나누어 담아주는 것 같다.
호주 물가는 우리나라에 비해 전반적으로 비싼 편이다. 다만 낙농업이 워낙 발달하여 우리에게 익숙한 소고기와 우유 등의 유제품은 저렴하고 맛도 좋다. 그 외 일반적인 공산품을 포함해서 특별히 저렴한 제품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 나라에서 정상적인 근로활동을 한다고 생각하고 인건비나 국민소득에 대비하여 생각한다면 결과가 조금 다를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 여행객에게는 물가가 높게 느껴진다. 그래도 고기를 실컷 먹을 수 있다. 그리고 외식보다는 당연히 싸다.:)
▲ 호주산 청정우
▲ 베이컨과 소세지
가장 많이 사용하게 되는 프라이팬의 상황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 차량 연식도 있는 만큼 많은 사람이 사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쇠수세미를 먼저 샀어야 하는데, 구매를 못해서 프라이팬의 상태가 그리 좋지 못하다. 그래도 맛은 방해 받지 않는다.
허겁지겁 식사준비를 하고, 만찬을 즐기고 나니 벌써 해가 진다. 지금 시기가 아침에 해가 엄청 일찍 뜨고, 저녁은 그만큼 빨리 진다. 결국, 여행기간을 통틀어 아침잠을 많이 자기가 쉽지 않았고, 야경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럼 일찍 푹 자고, 다음날 일정을 준비해야지~
"캠핑카의 장점. 짐이 다 펼쳐지니 정리가 잘 안되기는 하지만, 안 해도 된다는 것"
쿨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