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산행기 < 한계령 - 대청봉 - 오색 >

2009. 8. 25. 14:08캠핑 및 등산/등산 및 장비 이야기

부산에서 태어나 초중고대 모든 교육과정을 한반도 동남쪽, 낙동강이남에서 수료함에 따라 설악산이란 그리 방문하기 만만한 산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그러한 교육과정에서 수학여행의 단골 코스가 설악산, 속리산 등이 있다는 것. 수학여행때의 기억은 '흔들바위'와 '비선대'.

더 어린 시절 때의 기억을 올라가보면 부모님 손잡고 관광버스를 타고 방문했던 기억이 있었으며 그때의 유일한 기억은 얼음낀 난간을 조심조심 올라가서 보았던 '비룡폭포'.

그렇다면 이 설악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초행은 아니다. 하지만 초행으로 느껴지는 이 기분은 내가 직접 알아보고, 선택하고, 지리산 종주 이후 항상 마음 속에 품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관광과 산행은 다른 법.

<설악산>
높이 1,708m. 남한에서는 한라산(1,950m)·지리산(1,915m)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산.
백두대간의 중심부에 있으며, 최고봉은 대청봉이다. 대청봉 남쪽에 한계령, 북쪽에 마등령·미시령 등의 고개가 있다.
위치상 산맥의 서쪽 인제군에 속하는 지역을 내설악, 동쪽을 외설악으로 나누는데, 남설악이라 하여 오색지구를 추가하기도 한다. 내설악에는 미시령·대청봉·한계령을 수원지로 하여 소양강·북한강으로 이어지는 계곡이 발달했다. 식생 분포도 다양해 온대 중부지방의 대표적인 원시림 지역으로 꼽힌다. 특히 대청봉에 군락을 이루어 자라는 눈잣나무와 눈주목은 남한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북방계 고산식물이다. 동물은 사향노루·산양·곰·하늘다람쥐·여우·수달 등 희귀종을 포함하여 총 39종의 포유류와 62종의 조류 및 각종 파충류·양서류·어류·곤충 등이 서식한다. 1965년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다가 1970년 3월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1982년 8월 유네스코의 '생물권보존지역'으로 지정되는 등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인 보존지역·관광지로 이름이 높다.

- 네이버 백과사전 요약

같이 갈 동무를 제일 먼저 찾았고, 루트를 찾았다.
남한에서 가장 규모가 큰 산을 떠올린다면 지리산, 설악산을 떠올리듯 다양한 산행 기점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의 목표는 중청대피소에서 1박후 대청봉 일출.
처음에는 백담사지구로 들어가 용아장성릉을 지나고 소청 대청으로 향하는 루트를 생각하였으나, 교통편과 시간이 문제 였다. 주어진 시간은 1박2일.

대피소 예약은 이용일 15일전 오전10시에 시작.
주말의 경우 금/토의 경우는 정확한 시간을 맞추어 빛보다 빠른 속력으로 예약에 임해야 한다. 본인은 정갈한 마음가짐으로 최고 피크는 지났지만, 지난주 토요일자를 8등으로 예약한 경력이 있다. 물론 이용일 일주일전 일정이 변경되어 예약을 취소하고, 널널한 일요일로 재예약했지만.

친구와 합류를 하는건 첫날 아침이었다.
서울에서 같이 출발한다면 전날 심야 버스를 타고 가서 아침부터 등반을 할 수 도 있겠지만, 대전/동탄에 나뉘어져 있어 교통편과 산행기점을 잡기가 힘들었다.
또한 평소 운동이라고는 숨쉬기 이외에 즐겨하지 않는지라,..

드디어 결정. 자차로 이동한다.

해맞이 공원(물치)에 주차하고 버스를 타고 한계령으로 이동 후,
한계령 - 서북능선 - 끝청 - 대피소 - 대청(1박) - 소청 - 천불동계곡 - 소공원
그리고, 다시 버스를 타고 해맞이 공원으로 이동.

아.. 완벽해 보였다. 몇몇 걱정거리들을 제외한다면...
물치에서의 주차가 용이할까?
버스를 타고 한계령으로 갔을 경우 출발이 늦어서 대피소에 시간에 맞게 도착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이제 사진과 함께 본격적인 경험담을 소개하겠다.
오산역에서 7시 반에 합류. 강릉휴게소에서 간단히 식사를 하고 11시쯤 설악해맞이공원 도착.

신갈에서 나오면서 조금 막히는 듯 했지만, 조금씩 풀리기 시작하고 만종JC부터는 널널하다.


해맞이 공원의 인어연인상
오른쪽 하단의 사진에서 설악슈퍼 옆 버스매표소가 보인다. 장소는 바로 해맞이 공원 횡단보도 맞은편.

아래 사진을 보면 설악슈퍼 왼쪽으로 주차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애법있고, 위쪽으로는 조그만 주차장도 마련되어 있다. 그 뒤쪽 골목은 민박집들이 있었다. 우리는 앞쪽 공간을 모른체 민박집 골목에 주차를 하였다.
주차공간은 꽤 있는 편이나, 우리는 일~월을 이용하였기에 주말은 판단유보.

원점회귀 산행을 피하여 설악을 느끼고 싶다면 다양한 방법이 있을 것이다.
1. 대중교통을 이용.
2. 차량택배( 대리기사이용 )
3. 출발점or도착점에 주차후 버스or택시 이동

다른 기타 상황을 고려하여 자차를 이용하게 된다면 2,3번의 선택지가 남아있을 것이나,
2번의 경우 알아본 바로는 4~5만원은 꽤 비싼 비용과 주차비 등이 추가될 것이다. 결국 내가 선택한 것은 3번 방법이 었고, 한계령발 소공원착으로 원래는 소공원에 주차 버스2회 이동을 고려하였으나, 산행 시작 시간이 늦어짐을 우려하여 물치에 주차를 하였다. 추후 예상치못한 일정변경도 커버하는 대성공 사례.

 


 

버스매표소에서 한계령을 이야기하면 인당 4,300원짜리 승차권을 구매할 수 있고,
지나가는 원통행 버스를 탑승하면 된다. 아저씨께서 친절히 버스를 가르켜 주신다.
정확한 도착시간이 필요하다면 전화를 통해 확인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계령가는 길


 

버스를 타고 한계령으로 이동하였다. 맛잇는 떡복기로 주린 배를 살짝 가다듬고.
정각 1시에 산행시작


산행은 늘 이랬다. 시작하고 30분~1시간이면 죽을 맛이다.
왜? 어떻게?.... 다양한 의문점들이 생기고, 다리는 쳐진다.

평소 운동을 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한계령휴게소에서 서북능선까지 올라가는데 약 2시간이 걸렸다. (하행-30분/상행+30분 가능)
쉬다가 가다가 쉬다가를 반복. 오르막의 연속은 정말 힘들다. 능선만 걸을 수 있다면...

힘들고 애처롭게 쉬어가던 중, 따각따각 하는 소리들.
대부분의 등산객들이 스틱을 양손에 들고 경쾌하게 오르고, 내리고 있다.
그렇다. 네발이 필요하구나. 인간이 언제부터 두발로 걸었던가.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시절을 잊었던가.
초원에서 살기 시작하면서 직립보행이 시작되었을 것이다. 산에서는 역시 네발이구나.
하며... 우리는 지름신을 영접하고 있었다.
특히나 무릎이 약한 친구는 구매다짐을 하고 있었다. 스틱을 들고 오거나. 안오거나.

한계령 삼거리에 도달하자 드디어 탄성이 나왔다. 안쪽으로 펼쳐지는 풍경.. 감탄이 절로 나온다.
옆에 내공이 있어보이는 등산객에게 물어보았다. 앞에 보이는게 먼가요?
'앞쪽이 용아고, 뒤쪽이 공룡'

하늘과 맞닿은 울퉁불퉁한 공룡의 등을 보는 듯한 능선. 설악에서 가장 힘든 코스로 꼽히는 곳.
과연 멋있다. 이제서야 후회보다 환희가 커지고 있다.


한참을 걷다보니, 어느덧 해가 떨어지고 있다. 능선 산행이 시작되었다는 기쁨에 희희낙낙하며 나서고 있었으나 금새 지치기 시작하고 있다.

끝청을 지나야 대피소가 나오는데, 하는 생각만 가득했고.. 정작 끝청으로 오르는 길에서는 모든 체력이 고갈되고 있었다. 축척된 에너지가 모두 빠져나가는 기분.

중청 대피소가 보이기 시작했을 때는 중청대피소에는 그늘이 지고 대청에는 해가 떠있는 시점이었다. 오후 6시.
많은 사람들이 이미 도착해서 열심히 식사를 즐기고 있다. 아.. 이 맛에 온 것인데..어서 우리도.


중청대피소와 저녁식사, 그리고 대피소 실내 모습.

소청에서의 공룡과 용아를 보는 일몰 풍경이 대단하다고 한다. 중청대피소는 왜?
중청(군사시설?)과 대청사이에 자리 잡아서 안쪽 풍경을 볼 수가 없다.

나도 다음에는 소청을 이용해봐야지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대피소에서의 휴식.
잠들기가 쉽지가 않다.
덥고 좁고 답답하고 산만하다.
그러나 산행의 진미를 맛볼 수 있다.

다들 피곤해서 그래도 잘 자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못자고 밖을 서성거리는 사람도 많다.
밖을 나와보니 바람이 고개를 타고 넘고, 기온은 12도.
아. 춥다.

내일 일출보고 5시간 걷고 4시간 운전할려면 자야되는데.
12시가 넘어서 잠이 들었다. 4시에 깻다.

예정된 일출 시간은 5시 48분.


여명과 구름파도.
새벽에 나왔을 때, 수평선이 붉게 물들어 있었고, 구름이 산을 넘고 있다.


지리산의 장터목에서 출발해 제석봉과 통천문을 지나 1시간에 걸쳐 천왕봉으로 향하는 것에 비하면
눈앞의 대청봉을 20분도 안되는 시간에 오르는 것은 편리하다.

그러나 애써 신경쓰며 구입했던 헤드랜턴을 거의 사용을 못하였다. 이런..낭패가.

걸리는 시간때문에 밝기의 차이가 있었고, 대청봉을 오르는 길은
장터목에서 제석봉 오르듯,
소백산에서 비로봉 오르듯
넓게 펼쳐진 언덕을 오르는 것이라 상당히 밝았다.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나온다.
해가 떠오르기 시작한다.

그러나 저렇게 오른쪽에 살짝 걸쳐진 구름이 점점 왼쪽으로 이동할 줄이야...
그나마 큰 구름으로 막혀져 있지 않다는 것이 다행이다.

매일 떠오르는 해가 새로운 해는 아니지만, 내가 본 일출과 안본 일출은 차이가 있다.


구름에 가려지며 떠올랐던 8월 23일 월요일 설악산 대청봉 일출.

산에서는 필수적인 봉우리에 있는 돌을 잡고 사진찍기.

일정을 갑자기 변경하였다. 어제부터 왼쪽무릎의 고통을 호소한 친구.
과거 소백에서도 그런 경험이 있었고 1000m 이상은 자기한테는 부적합한 것 같다는 친구.

경사는 있겠지만 일단 시간을 줄이고자 최단거리오색으로 하산으로 계획을 수정하였다.


5km 나쁘지 않다.
끝없는 가파른 내리막 길과 계단, 지리산의 중산리코스를 보는 기분이다.
나는 절대 이리로 올라올 일은 없을 것이다는 것을 다짐하면서.

몸이 불편한 관계로 쉬엄쉬엄. 하산에 3시간 걸렸다.

다른 글에서도 많이 살펴본 결과, 초보에게 가장 많이 추천하는 코스가 한계령 코스였다.
능선으로 올라가면서 공룡 등 설악의 풍경을 느낄 수 있고, 오르막도 무난하며
해발 900m가 넘는 어드밴티지가 적용된다는 점.

오색의 경우, 짧지만 굻고 풍경이 약하다는 글을 보았는데, 하산을 하면서도 그 말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멋진 설악의 산세를 등지고 내려오며 볼거리가 많지 않다. 그리고 용이 승천하는 듯한 수직상승의 오르막길.


내려와서 아래 입구쪽 위치한 안내판을 보니, 우리의 동선이 그대로 나와있다.
등산로1번을 이용하여 상행후, 등산로2번을 이용하여 하행. 화살표 참조.

친절한 주차장 아주머니의 추천에 따라 속초로 가는 시내버스(?)를 탑승하였다. (인당3천원)

 

오색으로 하산한 자에게 덤으로 따라오는 온천과 약수.
시간의 압박으로 온천은 못하였고, 목을 축이러 오색약수터는 방문하였다.
왼쪽의 사진과 같은 넓은 공간에서 두 지점에서 샘처럼 되어 있다. 오른쪽 하단의 확대사진 참조.

별도의 컵이나 박이 없고 직접 가져와서 뜨는 것으로 보였다.
철분이 많다는데... 저 붉은 땅이 말해주는 것 같다.

한말씩 물통을 가져와서 뜨고 계신 분들을 보니, 대단하다.
물이 정말 졸졸 나온다.
주말에 관광객 많을때는 큰 인내심이 요구될 것 같았다.

오는 길..
강릉휴게소의 음식이 변변치 않음을 떠올리며 평창휴게소를 들린다.

내일은 몸이 더 힘들겠지?

<참조>
OKmountain http://www.okmountain.com/ : 다양한 질문 및 정보. OKoutdoor.com 에서 운영하는 커뮤니티
국립공원관리공단 http://www.knps.or.kr/ : 대피소 예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