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박9일 간의 호주 캠핑카 여행 - 7. 레녹스에서 포스터로 500km

2016. 9. 2. 13:49해외여행기

 

다시, 호주여행기를 마무리 하고자 자리에 앉았다. 그날의 기억을 토탈리콜 해보자.

 

호주 최동단, 바이런베이의 끝없는 바다에 둘러 쌓인 등대에서의 석양을 뒤로한채 다시 차에 올라 탄다. 어디를 가지? 동선이 길고 변수가 많다보니, 중간 과정은 예약을 생략했다. 아무렴 우리 차한대 주차할 캠핑장이 없을까 하는 생각에 주요 동선상에 위치한 캠핑장에 대해서만 어느정도 정리해 왔다.

 

계획한 바와 크게 틀어짐은 없었지만 위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보니, 가야할 길이 점점 멀어지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비록 해는 졌지만, 조금이라도 내려가자. 다만, 슈퍼마켓은 일찍 문을 닫으니 어서 장은 봐야겠다고 생각하여 바이런베이 근처 마트를 우선 찾아 장을 본다. 마트에 차량을 주차하는 것은 늘 쉬운 일은 아니었다. 생각보다 캠핑카를 위한(?) 주차공간 같은 것은 눈에 띄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조금이라도 더 내려가야겠다는 생각에 서둘러 출발했다. 주위는 점점 더 짖은 어둠이 깔리고, 조금씩 배가 고파온다. 아이들도 체력이 바닥을 보이는 것 같았다. 그래서, 리스트에 있던 캠핑장 중에 하나 'Lennox Head'에 위치한 'LAKE AINSWORTH'라는 캠핑장으로 들어갔다.

 

입구를 찾고보니 깜깜하다.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차에서 내려 관리소로 보이는 건물로 들어가서 벨을 울린다. 불행중 다행인 부분으로 오피스는 문을 닫았지만, 직접 거주하면서 운영을 하시는 것 같았다. '쏘리 포 레잇~' 하고 들어갔니, '노 프라블럼' 하시며 밝은 표정으로 맞아 주신다. 자리를 배정받고, 캠핑장 맵과 아이들을 위한 간단한 색칠종이, 연필 등을 챙겨주셨다. 우리나라도 완전 노지수준의 캠핑장에서 최근은 꽤 고급 캠핑장이 많이 생겼지만, 호주의 캠핑장을 몇 군데 가보니 가장 좋은 게 이런 부분이었다. 기본적으로 체크인을 할 때, 전체 맵을 주고 연필로 동선까지 바로 설명하면서 그려준다. 그리고, 캠핑장과 식당 등지에서 어린 자녀들을 동반하였을 경우, 그들을 배려한 간단한 놀이도구를 주는 경우도 많았다.

 

△ 캠핑장 맵

 

 

△ 그날의 저녁

 

하루가 또 마무리 되니, 가장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스테이크로 하루를 정리한다. 가장 단순하나, 가장 맛있고, 가장 즐겁다. 호주의 맥주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좋아하는 삼대장(VB, 포스터즈, 포엑스)은 있다. 바이런베이의 샵에서 구매한 포엑스 맥주와 함께 했다.

 

이 날이 참 여정이 길었다. 골드코스트에서 출발해서 스프링브룩으로 들어갔다가 커럼빈을 구경하고 바이런베이의 일몰에 맞춰왔다. 그리고, 30여분 이상을 더 내려와서 자리를 잡았다. 일몰을 볼 때는 정말 감동적이었는데, 막상 일몰 후에는 조금씩 막막해지기도 했었다. 남들 다 조용히 쉬고 있는 캠핑장에 먼지를 내며 들어갈 수 밖에 없으니.

 

덕분에 이 저녁이 참 맛있었던 기억이 난다.

 

△ 창문으로보는 캠핑장

 

어둠 속에서 주변을 살펴볼 겨를도 없이 움직였던 밤이 끝나고, 다시 평화로운 아침이 되었다. 캠핑장 모습이 창가로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 캠핑장의 일출

 

 

△ 우리 캠핑카와 오리가족

 

 

△ 주변 풍경

 

호주에서의 몇 일을 보내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정말 자연 친화적이다. 아마 국토가 워낙 크다보니 어떻게보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일지도 모르겠다. 브리즈번에서는 아침 새소리에 잠을 깨고, 울창한 고목이 도심에도 즐비하고, 캠핑장 안에 이렇게 오리가족이 돌아다닌다.

 

 

 

스파게티는 생각보다 조리가 간편한 음식이다. 적당한 재료들을 부어넣고, 열심히 볶는다. 그리고 면을 삶고, 면과 재료 그리고 마지막으로 소스를 부어서 삼위일체로 만들어준다.

 

 

 

 

오늘은 어디까지 내려갈 수 있을까. 어제까지는 브리즈번, 골드코스트, 스프링브룩, 바이런베이까지 관광 위주로 보냈다. 마지막에도 시드니에서 이틀을 투자해야 하니, 오늘은 중간에 모든 관광을 포기하고 열심히 달리기로 마음 먹는다. 여유롭게 내려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시간이 역시나 한정되어 있다. 이 루트로 여행을 하려면 2주 정도를 투자할 수 있으면 가장 좋을 것 같다. 관광에 투자를 하려면 캠핑장에서의 여유를 포기해야 할 수 밖에 없고 두마리의 토끼를 다 잡기가 쉽지 않다. 호주에서는 아쉽게도 캠핑장에서 풀로 하루를 투자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바이런베이부터 예상하는 목적지까지는 약 500km, 정체 없이 잘 간다면 저녁은 여유롭게 먹을 수 있다.

 

 

 

캠핑장을 떠나며. 잠만자고 나오게 되었지만.

 

 

바로 앞에 해변이 있다. 호주 동부해안은 아마 거의 이렇게 뻗어 있을 것 같다. 발자국도 거의 없는 모래해변. 이 해변을 보고 순간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그냥 또 하루 해변에서 제대로 놀아볼까? 역시 아이들은 관광보다는 놀이인데, 골드코스트에서는 해변구경만 하고 왔으니, 여기서 시원하게 한 번 놀아볼지.. 하다가 결국 거리의 압박에 못이겨 출발했다.

 

 

광활하다.

 

 

잠깐이나마 모래를 만져보고.

 

 

점심을 먹기 위하여 도로를 살피다가, 해안가에 가까운 지역 중 물색해서 들어왔다. 고요하고 포근한 느낌이 들었던 'Moonee Beach'. 여기도 바로 위에 보면 어김없이 캠핑장이 있다. 우리는 캠핑장 들어가기 조금전에 놀이터와 함께 조그만 공원, 그리고 넓은 주차공간이 있어 여기서 쉬다가기로 한다.

 

 

캠핑카 투어는 정말 자유를 주지만, 한가지 불편한 부분이 있다면 뒷자리 좌석이다. 각도 조절이 안될뿐더러, 구조상(?) 의자가 직각에 가까워 장시간 앉아가기에 많이 불편하다. 침대를 이용하다가 혹시 사고라도 날까봐 최대한 의자에 앉아서 왔는데, 그렇게도 잘 참아준 우리 아이들이 참 대견하다.

 

 

오늘 점심은 간단히 아빠표! 수제햄버거

 

 

호주답게 놀이터에도 서핑보드를 형상화한 놀이기구가 있다.

 

 

유명한 바나나는 지나치고..

 

 

달려달려 간다.

 

 

 

해는 거의 졌지만, 깜깜하기 전에 다행스럽게도 잘 도착했다. 이 캠핑장도 평가가 괜찮아서 찾아왔는데, 시설이 엄청 고급스럽고 그렇지는 않으나, 전반적으로 고요하고 포근한 느낌이 든다. 다들 잠깐 관광나온 것 보다는 장기휴가지(?)로 지내는 느낌이 드는 곳이다. 포스터 안쪽으로 들어오니, 호수와 바다가 있어 그런지 배를 끌고 다니는 차가 많다.

 

 

 

물이 꽤 쌀쌀함에도 아이들은 놀아야 한다. 잘 참고 여기까지 와줬는데, 원하는 데로 놀아야지. 놀이 시간도 중요하지만, 짧더라도 놀아본 장소와 안놀아본 장소에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저녁을 멀로 할까? 그냥 있는거 다 볶아본다.

 

△ 주변 풍경

 

 

 

 

물이 정말 맑고 투명해서 물고기가 엄청 많다. 식사도 마치고 나니 이렇게 한번 둘러도 보고

 

 

 

아침에 나오면서 만난 팰리컨, 너무 귀엽다. 수면 위를 다다닥 뛰어서 나는 모습도 귀엽고..

 

 

이제는 드디어 최종목적지인 시드니로 향하는 날.